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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있으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 말이지 2022.12.28 세 수호신 중 백호. 충성심과 능력이 출중해 다른 두 기사들보다도 훨씬 오래 연임했다. 그러나 나는 외롭기도 했다. 그래서 오래전 은퇴한 수호신 관리 할아버지에게 종종 찾아가곤 했다. 할아버지는 작은 미운털이 박혀 업무에서 좌천되었지만 은밀하고 초라하게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해내고 있었다. 나도 종종 그 일을 도왔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일들이 터졌다. 집은 해외로 옮겨가고 그곳에서는 전쟁이 터지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당연했던 내 직위에 대한 책임감은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가서, 영감, 정말 별 것 아닌 상황 같지만 이게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 그들이 사망하면 서류처리를 나 홀로 처리해야 하고, 앞으로 내 건강보험은.. 세금은.. 남은 가족은 뭐 어떻게 처리해. 홀로 서있..
언니 정말 미안해. 그런데 어렸을 때 봤던 책 중에 2022.12.23 인하대에 갔다. 60주년은 역사가 있는 쪽으로 외진 곳에 옮겨져 있었다. 나는 외진 역사를 향했다. 그곳은 길동물들이 많이 돌아다녔다. 그때 소란스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멧돼지도, 카피바라도, 강아지도 아닌 것이 우다다 뛰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통제하려는 것이었다. 그 동물은 공격적이었다. 그런데 그 동물이 내가 있는 역사로 들어와버렸다. 역사는 작아서 나는 완전히 갇힌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동물은 나에게 공격적인 애정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른다. 이 동물을 쫓던 사람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공격적이기만 하던 이 동물이 왜? 그런데 아무리 좋다는 표현일지라도 등치가 산만하니 내 입장에선 공격당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 큰 덩치에 덮쳐진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깬 곳은..
사람들은 개선할 수 있음에도 안주하는 경향이 있어서. 2022.12.21 경희대가 대대적인 캠퍼스 리뉴얼 공사를 마쳤다. 모던하고 복잡하고 미래적인 설계로 완료되었다. 학교측은 새로 지은 캠퍼스에 애정이 지대했는지 내부에서 음식도 먹지 못하게 하였다. 내 동기는 아주 맛있는 와플 한 덩이를 주고갔는데, 배가 고프고 빈혈이 있던 나는 그 자리에서 그걸 먹었다. 딱히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잘 싸서 돌아다니던 와중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배가 고프다고 뭐 먹을 게 없나 찾았다. 나는 남은 와플을 주었다. 친구들은 여기서 먹는 걸 들키면 안 된다고 밖에선 안 보이도록 둥그렇게 둘러쌌다. 그때 다가오는 관리자 둘 너네 뭐 먹지? 하며 기웃거린다. 우리는 악착같이 원을 더 빼곡히 한다. 아닌데요? 하며 마지막까지 크게 베어문다. 관리자 하나는 와플을 ..
이것마저 보게되면 2022.12.17 영어학원에 일손이 필요해 출근했다. 잠을 깨기 너무 어려웠지만 납덩이같은 눈꺼풀을 열어네고 기지개를폈다. 아치 내 기지개 펴는 소리가 다 들렸으려나. 시간이 7분 남은 아이를 나는 집에 보내려 하였으나 선생님은 책 한 권을 더 읽혔다. 피곤한 나는 수학학원의 맨 뒷자리에 와 앉았다. 내 앞자리에 누가 온다. 그 옆자리의 친구인가보다. 옆자리는 비어있고 가방과 짐만 얹어져 있다. 그 자리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선생님 이상해요. 쪽지가 놓여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떠납니다. 오른 쪽 아래를 향하는 화살표와 함께. 그 좌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아래는 옥상으로 이어진 뒷문이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아, 오늘 피곤한 일을 너무 겪어서 이것마저 보게되면 무너져내릴텐데..
줄줄 새는 마음을 막고 끝없이 2022.11.17 에버랜드에서 예술가를 위한 할인행사를 했다. 예술품을 가져가서 인증을 하면 입장료가 대폭 할인되었다. 사실 에버랜드에서 받아주는 예술품의 범위가 넓어서 단색의 페인트로 칠한 작은 캔버스 하나 가져가도 현대미술이랍시고 다 받아주었지만 예술가들은 자존심이 있어 자신의 최고의 작품을 가져가는 게 그들 사이의 유행이 되었다. 한 번은 검술도 예술이라고 칼을 휘두르는 난동극이 뉴스에 나온 우스꽝스런 일이 있었다. 나는 에버랜드에 갈 시간은 없었다. 근래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친구는 짬을 내 야간 개장에 가보기로하였다. 11시까지 입장 마감이고 1시까지 개장 마감이니 대충 10시까지 가면 넉넉히 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간을 이용한 야밤의 놀이동산이라니,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권리는 금전에서 와. 2022.10.26 집이 부도났다. 타히티로 떠나야했다.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못하고, 평생을 여름만 있는 곳에서 보내야 한다니 엄청난 좌절감이 몰려왔다. 유리를 깨 곧바로 나를 찔렀다. 피가 위험하게 많이 흘렀다.
원망 2022.10.18 00를 원망하며 머리를 미친듯에 벽에부딪쳤다. 칼날로 칼등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공주는 더이상 누구인가 2022.10.13 금지옥엽 공주. 그러나 그도 친구를 만나 바뀌었다. 그 친구는 곧 위기에서 나라를 구해냈다. 왕좌의 정통성을 점지하던 반지가 공주가 아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공주는 이를 응원했다. 하지만 공주는 나즈막이 반지에게, 그럼 나는 뭔가요?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그럼 나는 뭔가요? 그가 무언가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누구인지를 잃었는데, 이제 나는 누가 되어야하지? 공주는 환호 속에서 읊조렸다.